암시 / 건강한 연수의 삶 뒤켠의 그늘
오늘도 아버지는 연숙이 좋아하는 생선만 가지고 돌아오신다. 연우보다 18세 위의 언니 연숙은 천식이 있어 삼척병원에 요양하러 가 있다가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아직도 감기가 들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천식이 재발하는데 지금은 보건소 일을 돕고 있다.
연우도 감기에 걸리면 약하게나마 천식증세가 나타난다. 가끔씩 병세가 더 악화된 것 같은 언니를 보고 연우는 속이 상한다. 시집도 못가고 있는 가여운 우리 이쁜 언니에게 저런 병까지 있다니,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야속하다. 뛰지 못하는 연숙은 연우가 힘차고 생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고맙고 보기 좋다. 그러나 모든 사실을 연숙 자신과 아버지 밖에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영원할 수 있다면 자신의 작은 불행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출어 나갔다 잡아온 청어를 구워 언니에게만 밀어주고,장에서 샀다며 두툼한 스웨터를 언니에게 안겨주는 아버지를 섭섭해하는 연우를 보며 안타까운 미소를 지울 뿐...
한수는 직접 투자를 해 독립영화를 만들자는 영화판 사람들의 말에 혹해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하나 얻어터지며 쫓겨난다.
‘남의 자식한텐 2천만원도 턱턱주면서…’ 아버지를 원망하는 엄마의 말소리에 한수는 연우를 찾아가 ‘아버지가 갑자기 일이 생겼대. 너한테 꿔준 돈 2천만원 잠깐만 도로 달래. 모레까지 다시 주신다고. 중매인 신청 모레가 마감이지?’ 2천만원을 들고 서울로 튀는 한수.
한수를 잡으로 서울로 올라온 연우는 사기를 당하고 충무로를 배회하던 한수의 덜미를 잡는다. 그러나 이미 그 돈은 날아간 상태. 그때 생각난 사람이 바로 변호사 강동석이었다. 어쩌면 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의 희망으로 연우는 동석과 재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