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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살아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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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통신] 고라니와 도토리묵

고라니와 도토리묵!

철원 평야를 굳게 지키고 있는 청성부대 전방 철책선 앞을 흐르는 조그마한 개천에는 고라니가 수시로 물속으로 헤엄쳐 들어와 이곳에서 한참 자라고 있는 외개연 잎과 노란꽃을 따먹곤 한다.
좀처럼 헤엄을 못칠것만 같은데도 뒤의 두 다리를 물 위로 쭉 뻗어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여름에 찌는 듯한 폭염이 엄습할 때는 녀석들이 거의 물속에서 살더니만 요즈음은 기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연꽃잎을 따먹을 때 이외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녀석들이 야간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야간촬영 허가를 얻어 적외선 렌즈로 촬영해 보기로 했다. 낮에는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철책선이지만 밤이 되어 어둠이 밀려오고 병사들이 경계작전을 펴러 전원투입되기 시작하면서 긴장이 밀려온다. 밤하늘에는 온갖 별들이 깜박이기 시작하고 손에 닿을 듯 북두칠성이 머리 위에 떠 있다. 캄캄한 적막 속에 숨죽이고 있은 얼마 후 동해에서 서해까지 휴전선 155마일 전 전선에 설치된 야간 경계등이 들어오기 시작한다.경계등이 북쪽을 비치니 그나마 긴장감이 약간은 가시는 것 같다.

이때쯤이면 야행성인 고라니도 물가로 나오지만 밤이 되어 기온이 더욱 낮아지면서 무릅까지 빠질 정도 까지만 물속으로 들어가지 좀처럼 헤엄은 치려하지 않는다.

긴장의 야간촬영을 마치고 승포회관으로 돌아오니 관리병이 택배로 배달되어 온 종이 박스 하나를 내어준다. 여기까지 무슨 택배가 올까 싶었는데, 이런 노고단님이 지리산에서 위문품으로 보내준 도토리묵이다. 야호! 지난번 위문 방문 때 가지고 온 도토리묵이 너무 맛좋다고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 했었는데 이를 본 노고단님이 갓 만든 도토리묵을 정성스럽게 보내준거다.

이어서 도토리묵을 너무 좋아한다는 승포회관 관리관 부부와 친절한 관리병들, 그리고 DMZ 촬영에 협조를 아끼지 않는 철원군청의 홍 의표씨와 우리 DMZ 스텝들은 회관 식당에 회식대형으로 모여 앉아 그날 노고단님이 보내준 도토리묵을 다 먹어 버리고 말았다. 중간중간 핸폰으로 노고단님이 보내준 정성에 고맙단 인사와 함께......

노고단님 고맙구려 그 동안 강행군에 지쳐버린 우리들에게 도토리묵이 커다란 힘이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