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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통신] 건봉산 대대장님 멋쟁이!

눈 오기만을 빌면서 전방을 돌아다니기 벌써 40여 일째. 드디어 강원도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릴거라는 일기예보는 우리 촬영팀에게는 지금 껏 들은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눈이 많이 와준다고 그렇게 좋아할 수만은 없다. 야생동물을 촬영하거나 북쪽 풍광을 찍으려면 전망대나 고지대로 올라가야 하는데 길이 미끄러워 통 올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길이 뚫리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 어짜피 자연다큐멘터리는 기다림의 미학이지 않은가.

그래서 산양을 촬영하러 고진동과 오소동 을 올라가기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며칠을 기다리다 드디어 고진동을 올라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들뜬 마음을 진정하고 건봉사 옆 초소로 가다.
민통선 출입신고를 하고 차 바퀴에 체인을 치고 나서야 바리케이트가 올라가고 건봉산 자락을 오를 수 있었다. 이미 병사들이 제설작업을 해 길 위에 눈은 치워져 있지만 바람이 심해 쌓여 있는 눈이 길위에 날리다 보니 아차 실수하여 이 눈에 미끄러지는 날에는 깊은 골짜기로 떨어질 판이다. 그토록 이곳에 오르기를 고대해 왔지만 막상 위로 올라갈수록 괜히 왔다 싶은 후회가 드니 인간이 어찌 이리 간사스러울까.

드디어 고진동에 도착하니 항상 그곳에 있는 산양이 오늘도 마른 잎을 주워먹고 있다. 별 움직임이 없는 이 녀석들을촬영한 후 오소동으로 넘어가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가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대대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자 내려간 길을 되올라가 대대 본부 쪽으로 오르는데 병사들이 쌓여 있는 눈들을 치우고 있다. 강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이 휘날려 눈을 제대로 못뜰 정도다.

이 제설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하려는데 병사들과 같이 눈을 치우고 있는 장교가 보인다. 바로 건봉산 대대장님이 아니신가.

철책선 초소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제설작업 하는 병사들과 같이 옆구리에 지휘봉을 꽂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치우는 대대장님을 보니 이 부대 병사들은 비록 강추위에 꽁꽁 언 철책선을 밤새도록 지키랴,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눈을 치우느라 고생은 하드라도 행운아들이 아닌가 싶다.

솔선수범하는 멋쟁이 대대장 밑에 약졸이 있을까.

건봉산 대대원들 파이팅!!

그대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있기에 후방의 우리들은 단잠을 잘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