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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왔소이다 숨은 1인치를 찾아서 ④ 생일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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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1인치를 찾아서 ④ 생일의 비밀

④ 생일의 비밀 ... 2004. 11. 25

오늘 방송된 내용을 보면, 양반인 덕형이와 노비인 삼식이는 같은 날 태어나 생일이 같습니다. 윤도령으로서 온갖 하례물과 잔치 음식에 둘러쌓인 자신의 생일을 회상하는 덕형, 그리고 그 생일잔치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부러움의 눈길을 던진 삼식. 386년 만에 다시 찾아온 두 사람의 24번째 생일, 두 남자의 생일 풍경은 희비 쌍곡선을 이루며 교차합니다.

후손들의 생일 풍습이 무언지 미리 연습해두느라 손수 꼬깔모자도 만들고, 생일 노래까지 연습해둔 윤도령... 막상 잔치에 가보니, 그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삼식이었다네요.

뒤늦게 나타난 주인을 바라보는 삼식의 표정 역시 착잡합니다. 도련님께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한 구석,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생일상을 받은 감회는 남다릅니다.

두 남자의 생일이 같은 기막힌 우연, 한편의 에피소드를 위해 만든 설정일까요? 사실 이는 조선시대 풍습에 기인한 결과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삼식의 어머니는 덕형의 유모입니다. 당시 양반댁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인근 동리에서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은 계집종을 데려다 유모를 시켰지요. 덕형과 삼식은 그러니 같은 젖어미 아래서 큰, 젖동무입니다. 하지만 삼식이는 윤도령을 돌보느라 바쁜 어미 덕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 안고 자랐지요. 그런 삼식이의 설움을 모르는듯, 어머니는 항시 덕형 도련님께 잘해야한다고만 강조합니다.

원래 삼식모는 집도 절도, 일자리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천한 계집종이었습니다. 남편도 부역으로 끌려가 먼 변방에서 생사를 알길 없이 되버리고 유복자로 태어난 것이 삼식입니다. 추운 겨울 입동, 다리 밑에서 아들 삼식이를 낳은 삼식모, 산후 몸조리조차 할 여력이 없어 다리 아래서 그냥 얼어죽게된 거지 모자... 지나가던 행랑아범이 이를 윤대감댁에 아뢰고, 마침 같은 날 태어난 아들의 젖어미를 찾고있던 윤문식 참판 내외는 이들 거지 모자를 집안에 거두게 됩니다.

즉, 아들 삼식이와 같은 날 태어난 덕형 도련님 덕에 거처와 일자리를 얻게된 삼식모는 윤도령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귀하게 모십니다. 그런 삼식모의 정성을 아는 걸까요.

윤도령 역시 항시 자신의 젖동무인 삼식이를 끔찍이 챙깁니다. 밥 때마다 같이 먹자며 부르고 생일상 음식까지 챙겨주고... 하지만 삼식모는 그런 덕형의 정성이 혹, 종놈으로 평생을 살아야할 삼식에게는 주제넘는 생각을 심어줄까봐 삼식에게는 알리지 않지요.

덕형이 과거를 보아 암행어사가 되면 자신은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키는 상노가 되겠노라 택견의 고수가 된 노비 삼식이... 어려서부터 종놈 삼식이를 친구로만 여겨온 덕형, 그런 자신을 양반의 굴레로 옭아매는 사대부 정신이 귀찮기만 합니다. 결국 입신 양명의 꿈을 쫓는 대신, 김삿갓을 따라 한량의 삶을 살기로 한 덕형이 어찌 그만 21세기 현대로 오게 됩니다.

같은날 태어나 정반대의 운명을 살아온 두 남자,
한솔이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 다섯번째로 이어집니다.